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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생각

일상앓이

by 멧풀다솜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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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앓이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들

 

 

 

 생활공책 30권, 학급밴드 운영 동의서, class123안내문, 학급기초시간표, 책상배치 및 이름표, 새 교과서, 공기청정기...

 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아이들이 빠져있다.

 

 코로나19가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의 풍경이 우울하기만 한데 학교는 더 우울하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참으로 썰렁하기 그지없다.

 

 마스크를 쓰고 주위를 흘깃거리며 종종걸음을 내딛는 거리의 사람들,

 주말에도 빈자리가 제법 보이는 까페와 음식점들,

 거리의 풍경도 따사로워지는 햇살에 비해 여전히 겨울처럼 황량하다.

 

 텅 빈 예배당에서의 예배,

 가정에서 TV앞에, 컴퓨터 앞에서 조촐하게 드리는 예배,

 교회 풍경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걱거리는 분필의 촉감,

 목에 칼칼함을 느껴 헛기침을 할 즈음 울리는 종소리에 "여기까지"를 외치고 연구실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의 시원함,

 수업시간 귀엽게 딴짓하는 아이를 보며 혼낼까 모른척할까 짧게 고민하는 순간들,

 선생님의 썰렁한 아재개그에 당황한 아이들의 표정과 때론 되받아치는 반응들,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단함을 녹여 마시는 소주 한잔,

 SNS에서 오랫만에 소식을 접하는 반가운 지인들의 일상,

 

 예배 후 식사를 함께 나누며 떠드는 수다들,

 소그룹 모임에서 함께 나누는 일상과 말씀, 기도제목,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막상 없어지면 얼마나 그리운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메마른가,

 

 중학교 시절부터 써 오던 내 닉네임 "멧풀다솜"의 의미는,

 이름도 모르는 길거리 흔전 만전 널려있는 들풀(들꽃)을 사랑함이다.

 이름도 모르고, 화분에 옮겨 심고 감상하기엔 보잘 것 없는 그런 들풀들, 들꽃들이지만,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이 지니는 가치들은 결코 작은게 아님을 잊지 말고 사랑하자 만든 닉네임.

 그러나 정작 그런 사소한 것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지는 못했던 듯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가기야 하겠지만, 이것이 남긴 소중함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잊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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