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1주일씩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등교수업일에는 마스크를 쓰고 6교시 내내 떠드느라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흥건이 젖은 마스크 두어장이 책상위에 뒹굴고 있다.
그래도 등교수업은 좋다.
딴짓하는 아이들, 멍때리는 아이들 때론 등을 토닥이며, 때론 목덜미를 주무르며, 때론 야단치고 화내며,
그렇게 부대끼며 수업하는 맛(?)이 난다.
작년에는 [e학습터]를 이용한 컨텐츠형의 원격수업이 많았으나,
아무래도 학생들이나 교사 모두 수업의 질은 떨어지고, 피로도는 올라가다 보니 올해는 양방향 화상수업이 원격수업의 주 수단이 되었다.
문제는,
이미 작년 한해 원격수업의 여파로 아이들의 공부체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교실수업시에도 1교시 부터 꾸벅 꾸벅 조는 아이들이 제법 늘었다.
이유는 당연하다. 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인터넷 세상에서 놀았기 때문이겠지.
교실수업시엔 어떻게든 끌고 가는데 원격수업시에는 답이 없다.
분명 음소거를 해 두고 다른 짓을 하는 듯 싶어 수업 중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묵묵부답이다.
화면에 이름을 써 놓아도 묵묵부답이다.
그러다가 몇번을 거듭 부르면 뒤늦게서야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는 모습과 함께 대답한다.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이의 고개가 까닥까닥 심상치 않게 움직인다.
가만 들여다보니 무언가 리듬을 타는 듯한 모습이다.
말 없이 조용히 학생의 마이크를 켜니 아니나 다를까,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가 안되요, 소리가 안들려요, 마이크가 안되요, 접속이 안되요....
다양한 이유로 카메라가 꺼지거나, 대답을 하지 않거나, 접속을 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처음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한 뒤 원격으로 아이들 컴퓨터를 만져주기도 하고 했지만, 올해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계속 접속이 안되면 학교에 나와서 수업을 들으라 했더니 "이제 되네요" 하며 카메라가 켜진다 ㅡ,.ㅡ
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부모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왔다.
문자를 보는 순간, 답답했다.
집에서 제대로 수업을 듣는건지 아닌지 모를 태도에 점심까지 해 먹이려니 오죽이나 힘들까.
잔소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니 부모 속이 뒤집어지지만 꾸욱 꾸욱 눌러 참으며 어르고 달랬겠지.
그런 부모 마음을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어떻게든 요령이나 피우고, 밤 늦게까지 인터넷 세상에 빠져 있다가 수업 중엔 멍하니 딴생각을 하는 것이겠지.
맞벌이여서 아이만 집에 남아 수업을 듣는 경우도, 제대로 아이가 수업을 듣기는 하는지 궁금할테고,
집에서 재택근무 내지는 살림을 하고 있어도 부모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속이 뒤집어지는게 당연하지 싶다.
오죽이나 답답하고 힘들면 수업 중 담임교사에게 저렇게 문자를 보낼까 싶어 안쓰럽다.
그런데 부모가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는 학교에서 교사도 통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원격수업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잔소리 해 봤자 아이는 귀를 틀어 막고 듣지도 않을 것이고, 과도하게 화를 내면 집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잘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민폐이고, 그걸 들은 다른 학부모는 교사가 너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낸다며 민원이 들어온다.
학교에 나와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꾸벅 꾸벅 조는 아이를 어찌할꼬.
잔소리를 하면 그 순간 잠시 잠이 깨지만 이네 고개가 떨구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야단치고 있기엔 나머지 수업을 잘 듣고 있는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그래도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그나마 어찌 어찌 꾸역 꾸역 끌고는 간다.
사실, 저 문자를 보낸 학부모의 심정이 교사의 심정이다.
성질대로라면 수업듣기 싫은 놈들은 전부 나가라고 한 다음에 수업 들을 마음과 준비가 된 학생들만 데리고 원격수업하고 싶고,
감염병 위험이고 자시고 간에 무조건 전원 매일 등교해서 교실에서 수업하고 싶다.
허나 어찌 감정대로만 할 수 있을까.
부모도 답답하고 미치겠지만,
교사도 미치겠고 환장하겠다.
이놈의 코로나 빨리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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