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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날적이

예산시장 방문기

by 멧풀다솜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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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시장이 되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예산시장 프로젝트 재생목록

 

 

 구독해서 보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가끔씩 보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가 백종원 채널이다. 백종원의 레시피는 쉽고 단순하면서도 제법 효과가 좋기 때문에 가끔씩 집에서 무언갈 해 먹을 때 참고하기 좋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름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

 

 그러다가 백종원이 자신의 고향인 예산 상설시장이 황폐화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예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름하여 "백종원, 시장이 되다" 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골목식당"에서처럼 지역 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장을 리모델링하고, 비어 있는 점포 몇 군데를 매입하여 청년창업자를 모집해 메뉴와 레시피를 알려주고 해서 예산시장을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고, 머물다 가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과정 과정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하면서 어떻게 예산시장이 바뀌어 가는가를 보여주는데 제법 흥미로웠다.

 

맛집에서 줄서기

 맛집 탐방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관련한 유튜브 채널들도 제법 있다.

 TV프로그램에서 한 번 소개가 된 맛집들은 금방 유명세를 탔고, 해당 음식점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해야 간신히 맛을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되곤 한다. 특히나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소개한 집이라든지, 제법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를테면 백종원 같은-이 소개한 집은 그 효과가 더욱 크다.

 

 그런데 나는 그런 '맛집'에서 1시간 이상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나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성향상 그렇게까지 줄을 서서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런 나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몇 군데 그런 맛집에서 음식을 먹어 보았을 때 (자의로 간 적은 없지만 살다 보면 내가 싫어도 그래야만 하는 때는 있다 ^^;;) 굳이 줄 서가면서까지 먹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산 시장을 가다. 그것도 주말에!

 아니나 다를까. 백종원 효과는 각종 TV뉴스에 소개가 될 정도로 컸다. 하루 평균 20~30명 정도가 방문하던 예산 시장이 2~3만 명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저녁 9시까지 영업하지만 오후 2시경이면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을 정도로 방문객이 증가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 관심을 끄는 것은 그런 유명세가 아니라 백종원의 시장 살리는 과정이 인상적이어서다. 매입한 점포에 청년창업자를 모집하여 메뉴를 선정하고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메뉴를 선정하고, 인근 점포와 메뉴가 최대한 겹치지 않는 메뉴를 개발하여 기존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의 레트로한 느낌은 살리되 젊은 세대들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이 사람,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아내에게 주말에 가자고 제안했더니 아내는 당연히 너무나 좋아라 했다.

 

11시 영업시작인데 주차장엔 10시도 안되어 차들이 다 차 있었다.

 토요일이기도 하고, 차가 막힐 것을 감안하여 집에서 2시간 거리인 예산시장까지 가기 위해 아침 8시 조금 이른 시각에 출발하였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2시간도 안 되어 도착했지만, 11시에 영업이 시작되는데 이미 주차장은 만차가 되어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장옥' 이라는 공간이 펼쳐진다. 나즈막한 드럼통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는데 이곳에 먼저 자리를 잡은 뒤, 먹고 싶은 메뉴의 음식점에 가서 주문을 하여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는 시스템이다. 물론 일부 점포는 점포 앞에 2~4개 정도의 테이블을 놓기도 했지만 그곳에 앉았다가는 다른 메뉴를 먹을 때 자리가 없는 일이 발생한다. 한 가지 메뉴만 먹겠다면 괜찮지만 이왕 온 김에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자리부터 잡아야 한다.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아내와 나는 일단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10시도 안 되어 줄을 서는 점포들이 있었다. 아내에게 자리에 앉아 있으라 하고 일단은 판매 개수가 제한될 정도로 인기라는 막걸리를 사기 위해 양조장에 줄을 섰다. 음식점도 아닌 양조장에 1시간 전부터 줄을 서다니....내 성향에 너무도 맞지 않는 일이지만 이왕에 온 김에 마음을 비우고 즐기기로 했다.

 내 앞에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많은 줄은 아니어서 속으로 위안을 삼으며 1시간이 넘게 기다려 막걸리를 구매할 수 있었다.

 막걸리는 1인당 6병, 프리미엄은 2병까지 구매할 수 있었는데 나는 3병과 프리미엄 1병을 구매했다. 술을 즐기는 편이기는 하지만 막걸리를 그닥 즐겨마시는 편이 아니기에 과하게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1인당 구매제한 때문에 가족들이 각자 최대 구매제한만큼을 따로따로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막걸리. 그래봐야 막걸리일 뿐인데 뭐가 특별한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구매한 막걸리 맛도 볼 겸, 안주로 최고라는 평을 받은 꽈리고추 닭볶음을 사기 위해 막걸리는 우리 테이블에 놓고 다시 닭볶음 집 앞으로 가서 줄을 섰다.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파기름 국숫집은 이미 장옥 밖까지 줄을 서 있었다.

 아내도 짐을 테이블에 두고 국수 줄에 서 있기로 하고, 나는 닭볶음 줄을 서서 또다시 마냥 기다리는 시간 ㅠㅠ

 줄을 서 있는데 닭볶음집 직원이 나와서 주문을 해도 2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 감안해 달란다. (헉!) 하지만 이왕에 선 줄, 나중에 다시 오면 대기시간만 더 늘어날 터이니 몇몇 사람만 줄에서 나가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대로 줄을 서 있었다. 긴 기다림 끝에 주문을 하고, 음식이 준비되면 카톡으로 연락이 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은 뒤 자리로 돌아왔다. 아내는 여전히 줄을 서고 있었다.

 아내가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동안 장옥 앞의 "불판 빌려주는 집"에 가서 불판과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2인용 상차림을 주문하여 자리에 준비하고 "신광정육점" 에서 뒷고기를 300g 주문하여 고기를 굽기 위해 준비했다.

 

 원래 돼지고기 뒷고기는 돼지를 정육하고 남은 자투리 고기를 모아 파는 것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삼겹살 집 등에서는 주로 '두항정' 이라고 하는 돼지 뒷목살 부근의 고기를 말한다. 그런데 예산시장 정육점에서 구매한 뒷고기는 말 그대로 뒷고기였다.

 

 아내가 국수를 주문해서 들고 올 시간에 맞춰 고기를 굽기 시작하였고, 고기가 다 익어갈 무렵 아내는 파기름 비빔국수와 멸치국수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예산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만큼, 가장 일찍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는 '선봉국수' 의 메뉴는 두 가지. 파기름 비빔국수와 멸치국수. 각각 1종류씩 먹어 볼 심산으로 두 그릇을 주문해서 가지고 왔다.

 

 양은 살짝 아쉬운 정도의 양이었으나 그래서 더 좋았다. 어차피 이것저것 다양하게 맛보기 위해 왔으니 양이 많으면 오히려 곤란하다 ^^

 

 멸치국수는 일반적인 잔치국수와 비슷한데 멸치 육수가 진해서 나름 맛이 있었다. 파기름 비빔국수는 정말 색다른 맛이었다. 별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꽤나 맛이 있었다. 다음에 간다면 멸치국수보다는 파기름 비빔국수를 먹어야겠다.

 

 뒷고기와 함께 구입했던 골목막걸리도 가볍게 맛을 보았다.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탄산이 없고 꽤 진하고 걸쭉한 맛이 느껴지면서 목넘김도 부드러워 술을 즐기지 않는 아내도 만족해하였다. 국수와 고기를 다 먹고 나자 닭볶음이 완성되었다는 카톡이 왔고, 꽈리고추 닭볶음은 맛만 보고 집에 가져갈 요량으로 포장으로 주문했었기에 아내와 몇 점 먹고는 다시 포장용기를 닫았다.

 

 꽈리고추 닭볶음 역시 아주 맛이 좋았고, 일반적인 닭볶음탕과 달리 국물이 거의 없이 말 그대로 '볶음'에 가까운데 꽈리고추 특유의 향이 퍼지면서 적당히 매운맛이 감돌아 좋았다. 집에 가져와서 먹을 땐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라면까지 볶아서 먹었다는 ^^

 

주변 상권이 밝아지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시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막걸리를 조금 마셨기에 술이 완전히 깬 뒤에 출발을 해야 하기도 했거니와, 시장 풍경을 둘러보고 싶기도 해서였다. 주차장 한 켠에는 주말을 맞아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대비해서인지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천막도 길게 늘어서 있었고, 예산시장 장옥 주변의 기존 상점들도 밝은 표정으로 다양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이것저것 둘러보다 필요한 대파와 양파를 사고, 음료수 대용으로 먹기 위해 예산 특산품이라는 사과로 만든 사과즙(1박스에 50개가 들어있다.)을 구매했다. 한 박스면 충분했으나, 학교 교무실에 넣어두고 선생님들과 함께 먹으면서 2023학년도 준비를 하고 싶어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아내도 흔쾌히 그렇게 하자 하여 2박스를 구매하였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상인들이 매우 친절하기도 하고, 표정들이 하나같이 밝다는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루 20~30명 정도의 방문객 밖에 없던 시장이 평일에도 1~2만 명이 모여드니 자연스레 주변 상점들도 활기가 돌게 된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예상과 달리 차가 많이 막혀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도 제법 즐거운 주말 나들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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