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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날적이

나의 2022학년도

by 멧풀다솜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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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새롭게 근무를 시작한 전교생 60명의 작은 분교

 

 설레임 반, 기대 반.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시골의 작은 학교로 임지를 선택하면서 나의 2022학년도가 시작되었다.

 교직경력 22년 만에 처음 만난 전교생 60명의 작은 학교...

 이곳에서 그동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보고 싶었고,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첫 교직원 회의 인상은 매우 좋았다.

 교직원 구성이 매우 젊었음에도 젊은 그들에게서 지금까지 만난 비슷한 세대의 선생님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열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면서 더욱 설레임을 안고 새 학년도를 시작하였다.

 

1. 아이들을 만나다

 22년의 교직경력 중 5학년을 7번, 6학년을 11번, 그리고 2학년 2번에 4학년 1번.

 가장 익숙한 학년이 5-6학년이었고, 코로나 기간 작년에 6학년 원격수업 자료를 만들면서 개인적 관심으로 5학년 사회 교과 원격수업 자료들도 만들었었기에, 분교에서 처음 만나는 5학년 14명의 아이들을 만나는 설레임은 그 무렵 거의 흥분 수준이었다.

 아쉽게도 14명 중 1명은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전학을 갔고, 학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명의 아이가 전학을 가서 시작은 12명이었다. 종업식을 마칠 때 까지 2명이 추가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10명의 아이들과 5학년 한해살이를 지나온 셈이 되었다.

 

2. 작은 학교에서의 업무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나에게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업무'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NEIS' 창을 많이 열어보아야만 하는 업무를 가장 기피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학교의 주요 기피업무 중 하나인 '방송' 업무를 자청해서 맡아왔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기피하기도 하는 업무이면서 공문은 적고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학급의 작은 학교에서의 업무는 학년부장이면서 학급담임, 계원 없는 기능부장을 한 사람이 해 내어야 한다. 학교가 해야 하는 절대적인 업무의 종류는 학급규모가 큰 학교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 자체는 길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업무들을 해 내어야만 한다.

 그리고 나의 행정업무 처리 능력이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마감 기한에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얼렁뚱땅 하거나 때론 마감기한을 넘기기도 하고, 놓치기도 하면서 그렇게 헤매면서 지나왔다. 무엇보다도 NEIS를 들여다보기 싫어하는 내가 NEIS 담당 업무를 맡고 있으니 일의 효율은 더 극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3. 학급운영의 실패

 업무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급운영은 부끄럽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내심 생각한 나였지만, 분교에서는 그렇지도 못했다.

 생각으로만 품어왔던 다양한 시도가 먹히지 않는 아이들. 이제껏 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던 다양한 형태의 다루기 힘든 아이들을 겨우 10명밖에 되지 않는 교실에서 다 만나본 느낌이었다. 화도 내 보고, 달래도 보고, 윽박도 질러보다가 결국은 10명의 아이들을 앉혀놓고 칠판 앞에서 서서 강의하는 수업을 진행하고야 말았다. 내가 꿈꿔왔던 분교에서의 내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ㅠㅠ

 뒤늦게 깨달았다. 학급 아이들이 적을수록 교사는 아이들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아이들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학급 학생수가 많을때야 평균적인 학생들의 특성에 맞춰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따라오라 격려하면서 너무 뒤처지는 아이들만 신경 쓰면 되었지만, 10명 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은 한 명의 당황스런 움직임이 교사나 다른 아이들에게 너무도 크게 영향을 주기에 그 독특한 아이들에게 맞춰서 학급운영을 했어야만 했다.

 너무 늦게 깨달아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학부모들에게 미안하다.

 

4. 꼰대가 되어버린 나

 어쩌다보니 나이 50이 넘었고, 어쩌다 보니 학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꼰대가 아닌 줄 알았는데 꼰대였다. 뭐든지 함께 하려는 젊은 교사들을 보면서 내심 지금껏 만나왔던 MZ교사들과는 다른 모습이기에 좋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력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이 가끔씩 빈정을 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딱히 짚어서 말하기 애매한 것들이란 것이 문제다. 행사에서 한 꼭지를 담당한 사람이 진행하기보다는 그냥 시작하려고 하는 모습이라든가, 뻔히 눈에 보이는 일이 있음에도 시키거나 부탁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모습. 그런데 그런 것들을 말하자니 그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이 보이지 않고, 아직 경력이 적은 탓에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 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말하기는 애매하고 그런 것들이 누적이 되다 보니 빈정이 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결국 내가 꼰대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5.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2023학년도

 이제 다시 2023학년도를 준비해야만 한다.

 처음의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무엇을 해야할까를 고민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

 나의 2023년은 조금은 나은 모습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2023학년도 내가 갖춰야 할 모습들을 생각해봤다.

 

 1)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기

 2)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을 녹여내기

 3) 말은 줄이고, 몸은 앞서고, 마음은 너그럽게 생각하기

 4) 세대차이, 경력차이를 인정하고 낮은 자의 모습으로 움직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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