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홍역을 앓듯이 매년 치르는 스승의 날.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날이다.
교육청에서는 청렴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공문과 지시가 내려오고,
평소에는 공교육이 무너졌네 어쩌네 하면서 요맘때만 반짝 교권이 무너졌다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들의 행태도 짜증난다.
1. 이벤트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매년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벤트를 준비하는 학급의 모습이 보인다.
나의 경우는 사전에 차단한다.
"스승의날 이벤트랍시고 내 칠판 지저분하게 해 놓으면 죽일테다~!"
결국 우리반은 매년 스승의 날을 조용히 넘어간다 ^^
어떤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의에 감동받아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지만,
결국 수업시간 잡아먹고 지들끼리 놀자는 수작이다.
뭐...그렇게까지 생각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결국 수업시간을 축내게 된다.
그래서 난 싫다.
정말 이벤트를 하고 싶다면 학급 전체가 모의해서 하루만이라도 모범생으로 빙의되어 생활한다면 멋지고 감동 이벤트가 될 수 있겠다. ㅋㅋ
2. 편지
스승의 날이 되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보내오는 편지이다.
나의 경우 아이들에게 받는 편지는 둘 중 하나가 된다.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편지와 스캔해서 저장하고 앨범에 끼워 보관하는 편지.
그저 형식적으로 갈겨쓴 쪽지에 "스승의 날 축하해요" 한마디만 하면 되는 듯한 편지는
도대체 이 아이는 내게 왜? 무슨 의미로? 이런 편지를 보낸건지 의문이 들게 한다.
그러나 평소 내가 강조하던 내용들을 담아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앞으로의 삶을 결단하는 내용의 편지는
두고 두고 꺼내보게 되는 편지이다.
3. 선물
알림장에 "스승의 날 선물금지" 라는 문구를 적었다.
몇몇 아이들이 이미 준비했는데 어떻게 하냐고 질문을 해 왔다.
그래서 대답했다.
"잘 보관했다가 졸업식때 줘라"
졸업식, 혹은 종업식에 받는 선물은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그러나 스승의 날 받는 선물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차라리 스승의 날 문자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학부모나 학생이 훨씬 정겹다.
오늘 어떤 아이가 질문했다.
"왜 선물 하면 안되는거죠?"
내 대답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정말 좋은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해서 줄 수 있다.
하지만 의도와 상관 없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다수를 '스승의 날 그냥 넘어가는 학생, 혹은 학부모'로 규정해 버리게 된다.
적어도 교육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래서 안되는거다"
다행이 올해 아이들은 다소 서운해 하면서도 알아듣는 눈치다.
내가 정말 원하는 스승의 날은,
작년에 우연히 본 어떤 선생님의 웹툰을 영상으로 편집했다.
이게 진짜 내 심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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