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달인?
국민학교(초등학교)5학년 시절부터 초등교사를 꿈꿔왔고, 그 꿈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초등교사로 살아가고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발령을 기다리며 학원강사를 하던 시절에, 강의가 빈 시간에 사무실에서 쉬고 있는데 부원장 선생님이 따로 개별지도 하던 중학생의 영어를 봐 주다가 수업을 위해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되자 나에게 마저 좀 봐달라 부탁했다.
부원장 선생님의 부탁이기도 하고 해서 나름 열심히 아이를 가르치고 아이를 돌려보내고 난 뒤 내가 가르치던 모습을 지켜보던 원장선생님이 씨익 웃으며 나에게 한마디 했다.
"이선생, 영어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제법 하는데?"
내 대답은 "영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르치는 전문가잖아요 ㅎㅎ"
물론, 내가 잘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열정만 가득하던 그 시절의 나는 그랬다. "수업의 달인"이 되고자 했었다. 그리고 나름 자신도 있었다.
어느덧 교직경력이 20년 가까이 다가오는 지금 생각하면 한 없이 철부지였다.
지금의 내 생각을 묻는다면 "수업의 달인"은 결코 나올 수 없다.
매 해 가르치는 아이들이 다르고, 그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다르고, 급변하는 시대가 다르다.
오랜 기간 숙달된 노동의 결과로 해당 분야의 달인이 되신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수업은 매 시간마다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결코 "달인"이 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이다.
더구나 요즘은 많은 아이들이 학원을 통해 이미 교과서 수준의 문제는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학생이 알지 못하던 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기쁨을 기대하며 수업을 해야 하는데 수업을 대하는 아이들의 자세는 대부분 이미 알고있다거나(혹은 알고 있다 착각하거나), 공부는 자기와 맞지 않는다며 듣지 않는 경우로 나뉘어진다.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는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보여줌으로 배워가는 재미를 주어야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에게는 차근 차근 듣다보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재미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이 즐겨듣는 아이돌 음악을 인용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즐겨쓰는 어플이나 게임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매년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매 시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슬슬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니 이제는 기를 쓰고 노력해야 아이들 문화를 이해하고 따라가기는 하지만, 멈출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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