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월 9일로 예정된 개학이 다시 2주 뒤인 23일로 미뤄지면서 이런 저런 교육행정의 탁상행정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서 지칠대로 지쳐가는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다.
1. 교육부의 뒷통수치기
개학 추가연기 소식을 교사들은 정작 퇴근길에 알았다. 퇴근무렵 들린 뉴스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발표가 있고 나서 학교는 공문도 받지 못했다. 공공기관인지라, 긴급명령이라도 떨어져야 뭘 할텐데 기자회견 뉴스를 보고 학교는 어찌할까 잠시 멘붕이온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그래도 코로나19 라고 하는 초 비상사태인지라, "그럴 수 있어"와 함께 "그래, 지금 상황이면 개학연기가 맞지"하며 이해했다.
수업일수 감축은 없고, 여름과 겨울방학기간을 줄여서 하는 것인지라 전체 학사일정을 다시 조정해야했고, 190일치의 시간표도 다시 수정하고, 진도표도 다시 만들어야했지만,
학교라는 곳이 워낙에 감염병에 취약한 곳인지라 마땅한 대응이라며 학교는 받아들였고, 선생님들은 분주해졌다.
추가로 방학중의 연수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를 내고, 엉켜버린 교육과정을 다시 재구성하면 그만이다.
맞벌이 가정을 위한 '긴급돌봄' 정책이 또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되면서 또다시 뒷통수를 맞았다.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오고, 돌봄교실 담당선생님은 공문도 받기 전 학부모의 문의를 받아야했다.
뭐...어쩔 수 있나. 맞벌이 가정이 당장 아이맡길 곳이 없어 힘든건 당연지사....보육기관인지, 교육기관인지 모를 학교가 짊어져야지....
2. 학습공백의 염려?
개학일이 추가로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공백'이 염려된단다.
그러면서 애듀넷이니, EBS니, 온라인학습터니 하는 것들을 안내하고 수업결손이 없도록 철저히 조치하란다.
컴퓨터용 화상캠도 주지 않고, 컴퓨터용 마이크도 주지 않고,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수업방안이니, 구글 행아웃meet 를 통한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의 이용이란 것을 친절한 척 내던진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라이브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독자 1,000명이 넘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구글 행아웃 meet 를 학교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Google-edu 계정을 만들고, G-suite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급하게 바로 적용하기엔 얼마나 무리가 있는지 알고는 있나?
심지어 일선 교사들이 만든 "학교가자.com"에 비해 회원가입 절차도 복잡하고, 내용도 부실한 "e학습터"를 이용하라고?
아직 학생들은 교과서도 다 배부받지 못한 상황인데 온라인으로 무슨 수업을 어떻게 하고, 수업을 한다 하여도 그걸 수업으로 인정도 하지 않을거면서 도대체 왜?
애초에 '개학연기'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의 일수를 당겨서 사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방학 중이니 굳이 학습공백의 염려 등등을 운운하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대놓고 공교육기관이 선행학습을 시키라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
3. 개인정보는?
그렇게 틈만나면 학교에서의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는 공문을 수십건씩 쏟아내면서, 새학년 개학도 하기 전에 학생들의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란다.
내가 우리학교 정보부장이기에, 개인정보보호는 내 담당 계원의 역할이다. 담당 선생님이 아직 업무가 익숙치 않기도 하고, 내가 하는게 더 빠를 듯 하여 급한대로 나는 전년도 가지고 있던 학부모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변경된 학년반 편성 정보랑 대조해가며 다시 비상연락망을 구축했고, 이를 담임선생님들에게 제공하기에 앞서 온라인으로라도 임시적으로 '개인정보보 보호 동의서'를 받았다.
사실상 학생 얼굴도 보지 못한 상황에서 학생들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라는 것은 말도안되는 짓이다.
나야 급한대로 처리했지만 역시나 문제는 변경된 전화번호들이다. 한명 한명 전화해서 확인해 봐도 이미 바뀐 전화번호를 알 방법도 없거니와, 받지 않는 전화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4. 복무는 재택근무?
복무는 재택근무를 하란다. 그것도 하루에도 몇번씩 이렇게 하라고 했다가 저렇게 하라고 했다가....
거듭 말하지만 방학일수를 당겨와서 개학을 연장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방학기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학에 입각한 복무를 하면 그만이다.
방학중 다음 학년도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게 해도 꼬일대로 꼬여버린 학사일정과, 특히나 초등처럼 전과목 진도표와 시수표를 작성해야 하는 담임들은 쉬라고 해도 결코 편히 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41조 연수가 아닌 "재택근무"로 복무를 상신하고,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근무시간 중 재택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며, 재택근무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란다.
정말이지,
짜증을 내지 않으려 했는데....짜증이 나서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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