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날적이

어머니의 우상

by 멧풀다솜 2020. 10. 31.
728x90

 

어머니의 우상은 '자식'이다.

그렇게 열심히 불심을 드러내시고, 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제사와 차례는 반드시 제대로 모시려는 그 마음의 저변에는,

그것이 자식에게 복이되고 잘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음력 9월 보름이 좋은 날이라고,

매년 이맘때면 어머니는 산소에를 찾아가신다.

그곳에는 고조할아버지 내외분과 할아버지 내외분, 그리고 큰아버지 내외분과 둘째 큰아버지까지 4개의 봉분이 있다.

 

문제는 그것이 원래 우리 문중땅이었는데 팔아먹은건지,

아니면 원래 남의 땅에 허락 없이 묘를 쓴건지 알순 없으나 현재는 우리 문중 땅이 아닌 버려진 야산처럼 되어 있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갈 때 마다 덩굴을 헤치고, 잔가지를 꺽어가며 길을 찾아 찾아 가야한다는 것이다.

 

일년에 한두번 가긴 하지만, 갈 때마다 그래서 길이 헷갈린다.

 

올해도 어머니는 산소에 가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가신 김에 혼자 지내시는 둘째 큰어머니도 뵙고,

여기 저기 들러서 밭에서 직접 뽑은 무도 사고, 깨도 사서 기름을 짜서 가지고 오시고 싶어했다.

 

아침 일찍 어머니댁에 들러 고향으로 가는 길은 단풍놀이가 절정인 시즌이어서인지 엄청나게 차가 밀렸다.

하지만 그러려니 하며 아는 길은 우회하고 돌아 돌아 제법 수월하게 도착했다.

산소 근처에서 역시나 산소를 찾는데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예상보다는 쉽게 찾았다.

 

척추 협착으로 허리도 아프고, 귀에 이명이 심해서 머리도 아프시다면서 어머니의 정신력은 육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집에서 챙겨가신 기다란 막대를 지팡이 삼아 나조차도 가파르고 미끄러워 조심 조심 오르는 산길을 덤불을 헤치며 기어이 오르신다.

 

어머니는 산소 밑에서 기다리시라 하고 나혼자 올라갔다 오겠다고 해도,

기어이 왔는데 어떻게 그냥 가느냐면서 꾸역 꾸역 올라 정성껏 재배를 하셨다.

 

산소에서 내려와서는 둘째 큰어머니댁과 이곳 저곳을 돌며 문안도 하고, 무도 사고, 깨도 사고, 방앗간에 들러 기름도 짰다. 돌아오는 내 차는 짐으로 한가득 찼다.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밀려 평소 1시간도 안걸리는 거리를 2시간여를 걸려 어머니댁에 도착해서 짐을 올려드리고,

점심겸 저녁을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 차를 이용하시면서도 연신 미안하다, 고맙다를 연발하시며 애썼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뭐가 미안하고 고맙냐고, 아들이 근처에 살고 시간이 있으면 당연히 가는거라 말해도 어머니는 어디 그러냐며 연신 또 미안하다 고맙다 하신다.

 

코로나만 아니면 버스타고 다녀 올텐데 괜히 애썼다며 미안하시단다.

버스타고 갈 수 있는 만만한 길도 아니고, 버스를 타고 간다 치더라도 족히 2시간 이상을 걷고 산을 타야 가는 거리를 이전에는 몇 번 혼자 다녀오신 적도 있었다.

오히려 코로나와 어머니의 허리통증이 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허리협착때문에 통증이 심하심에도 기어이 산소에 올라 재배를 하신다.

 

할아버지 산소에서 내려다보는 가을 풍경은 이쁘지만,
이렇게 생긴 가파른 비탈길을 수풀과 죽은 덩굴들을 헤치며 올라와야 한다 ㅡ,.ㅡ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