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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생각

학교와 교사가 '자율'을 꺼리는 이유

by 멧풀다솜 2020.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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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이 화두다.얼마전 교육부에서 보내온 설문은 문항을 들여다 보면 결국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하다. 설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도하는 설문인지 아닌지를...ㅡ,.ㅡ

 

 인접학교에서 양방향을 실시하려는 분위기가 있자, 교장선생님이 불러서 뭐가 필요하고, 어떤 점이 좋고 나쁜지를 물어보셨다.

 

 교감선생님은 부장들에게 월요일 부장회의 때 안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터이니 생각을 해 보자 하셨다.

학년 연구실에선 난리가 났다. 하더라도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온 다음에 하겠다는 것이다. 간신히 컨텐츠형 원격수업이 정착(?) 되었는데 또 바꾸는 것은 너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뭐...나름 일리는 있다.

 

 이게 교육부가 밀어붙일건 밀어붙이고, 자율로 맡길건 맡겨야 하는 이유이다.

 교육부의 학교자율, 교육청 자율을 왜 학교는 믿지 않을까?

 그동안 너무 많이 당해서이다.

 '자율'로 맡겨놓은 것 치고,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소재를 미루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학교나 교사는 '알아서 자의적 판단하에 자율적으로' 라는 말에 극도로 예민하다. 더구나 그것이 상위기관인 교육청이나 교육부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학교 규모 급에서 전 학급 양방향 원격수업을 실시할 경우의 최소 견적을 교장선생님께 보여드렸다.

천만원 가량이 나온다. 당연히 학교 예산에서 끌어 모아야 하는 돈이다. 꽤나 거창한 장비를 쓴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듣보잡 웹캠과 마이크 만으로 구성했음에도 그렇다.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예산지원은 당연히 단돈 1원도 없다. 결국 억지로라도 시행하려면 혁신공감운영비나 학급운영비를 쥐어짜고, 이런 저런 비용들에서 끌어오는 수 밖에 없다.

 

 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한번 학교나 교사 입장에서 판단해보라.

 주1회 등교할지, 주2회 등교할지, 쌍방향 수업을 할지, 컨텐츠 제시형으로 할 지를 교육공동체인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학교 실정 및 형편(결국 예산이나 장비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에 맞게 잘 설계하여 진행하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것과,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는 것 중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만일, 새로운 방식에 도전을 했다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학교는 상위기관에

 1) 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지

 2) 충분한 사전 점검 및 조율이 있었는지

 3)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였는지

 4) 발생할 수 있는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관리책임자 및 대안을 정해 두었는지

 5)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 무리가 없고 효과적인 결정이었는지

 6) 관련 규정, 지침, 법규 등을 충실히 따랐는지

 7)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인지, 그렇다면 왜 예상이 불가능했는지

 등의 내용을 "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서류들은 전부 사전에 시행문으로 기안이 되어 있고,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 뿐 아니라 경력이 제법 있는 교사들은 이런 일을 20년 넘게 경험했다. 그런 사람들이 창의적인 발상을 하고,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형태로 도전하는 일에 얼마나 용기를 낼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쌍방향 원격수업으로의 전환을 원하지만,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처음에는 왜들 그렇게 안하던 짓(?)을 죽어라고 안하고 겁을낼까? 화가 났지만 생각해 보니 어쩔 수 없이 길들어왔던거다.

 경력이 짧은 교사들이라고 다를 것 없다.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통과할 정도면 적어도 상위10% 대의 우수한 엘리트들이다.

 그들은 성장과정에서 착실히 부모님, 선생님, 교수, 선배의 말을 따라왔고, 그 덕분에 교사임용에 까지 이르렀다.

 

 물론, 나처럼 안해보던 짓을 더 좋아하는 이상한(?) 교사도 간혹 극소수 있기는 하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자기주도적 아이들로 키워내야 하는 학교와 교사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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