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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QT)

믿은 대로 될지어다 (마8:1~13)

by 멧풀다솜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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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상수훈을 마친 예수님이 산에서 내려오시니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은 많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따라 내려왔다.

 

 나병환자가 무리를 헤치고 눈총을 받아가며 예수님 앞으로 나아왔다. 나병 환자는 혼자 진 밖에 살아야 한다. 그리고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고 '부정하다'를 외쳐야 한다. (레13:45~46) 이 규정에 따라 아마도 마을 밖에 살고 있던 나병환자는 예수님이 산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신 뒤 마을로 들어서려 하실 때 예수님께 나아온 것으로 보인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이 한 동네에 계실 때(눅5:12)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에서 이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나왔는가 보다는 이 사람이 예수님에게 요청하는 말에 주목해 보자.

 

선생님, 선생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의 요청은 조금 특이하다. '선생님이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예수님이 자신을 치료하실 능력이 있음을 믿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자신이 깨끗해지기 위해서는 '예수님이 원하시면' 이라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은 자신이 율법을 폐하려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려 오셨다 말씀하셨다(마5:17). 나병환자를 고치신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이 사람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정해진 예물을 드려 정결하게 되었음을 입증하라 하신다. (레14:2~32) 

 

 이어 예수님이 가버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가버나움은 빌립이 다스리던 지역 경계선의 도시로 헤롯 안티파스는 이곳에 유대인이 아닌 군인들로 구성된 수비대를 주둔지켰다. 따라서 가버나움에서 예수님을 만난 백부장은 유대인이 아니었다. 백부장은 100명 정도의 군사를 거느리는 지휘관이므로 이 로마 장교는 오늘날로 치면 중대장급 정도 되는 로마인이라 볼 수 있다. 이 백부장이 예수님께 와서 다소 의아한 요청을 한다.

 

내 하인이 중풍병에 걸려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하인? 하인이라고? '하인'으로 번역된 헬라어 '파이스'는 일반적으로 어린 노예를 의미한다. 지금 로마의 백부장이 유대인 청년 예수님을 찾아와 기껏 요청하는 것이 자신의 집에 있는 어린 노예를 고쳐달라는 것이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 로 번역되어 있는 7절은 의문문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내가 가서 고쳐주어야 하겠느냐?" 라고도 번역할 수 있다. 유대인은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부정하게 된다 여겼기에 문맥상 의문문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

 

 백부장은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한다. 직접 올 필요 없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자신에게 일러주기만 해도 되겠다 요청한다. (8절) 백부장의 이 요청은 예수님이 말씀만으로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했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병이 나을지를 말해주시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도 백부장으로서 상관의 명령을 듣기도 하고, 자신의 수하들 역시 명령에 따라 움직이니 예수님도 자신에게 어떻게 할지를 말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9절)

 

 예수님은 이 백부장을 놀랍게 여기셨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의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이 사람 같은 믿음은 보지를 못했다.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스스로 믿으며 이방인들과 차별화된 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유대인을 향해 예수님은 경고하신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에서 원래의 자손들-이스라엘은 어두운데 쫓겨나 거기서 울며 이를 갈게 될 것이라고... 이방인인 로마의 백부장도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하는데 예수님을 인정하지 않는 많은 유대인들을 향한 경고의 말씀인 것이다.

 

 예수님의 방식은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요청'에 '응답'하시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말씀만 하시면 낫겠다고 하는 백부장에게 예수님은 '믿은 대로' 될 것이라 말씀하시니 즉시로 백부장의 하인이 나았다. '원하시면' 고쳐주실 수 있다 말하는 나병환자에게는 '내가 원하노니' 말씀하시며 낫게 해 주셨고, 옷자락에 손만 대어도 나을 것이라 여긴 혈루병을 앓던 여인 역시 옷자락에 손을 대어 나음을 입었다.

 

 예수님의 '믿은 대로 될지어다' 하시는 말씀은 '믿음'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믿음이 없는 기도는 기도가 아닌 주문에 다름 없으며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나님께 문제를 아룀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의 기도가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믿음'은 '순종'이라는 실천을 동반한다. 그저 마음으로 믿기만 한다. 입으로 믿습니다를 외치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말씀에 반응하여 '순종'하는 실천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말 좀 들어라' 라고 했더니 '잘 들리는데요?' 라고 반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 좀 들어라'는 말은 누구나 말대로 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은 그저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정말 살아계신 하나님으로 받아들이고 그 말씀에 반응하여 순종하는 것이 말씀을 듣는 것 아닐까?

 

 내 기도는 주문일까? 아니면 믿음의 요청일까? 내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나는 정말 백부장처럼 그 말씀에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내가 순종할 준비가 없이 기도한다면 그것은 그저 막연한 바램이요 주문이며 종교적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말씀에 순종하는 자세로 기도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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