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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QT)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마12:1~8)

by 멧풀다솜 2023.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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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태복음 12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예수님과 예수님을 배척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심화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안식일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밀밭을 지나가다가 제자들이 배가 고파 밀 이삭을 잘라먹었다. 바리새인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마가복음에서는 같은 장면에 대해 제자들이 길을 열기 위해 밀 이삭을 자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삭을 자르는 행위를 바리새인들은 일종의 추수작업으로 여겼으며, 출애굽기 34장 21절을 근거로 하여 안식일에 금지된 행위로 보았다. 때문에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에게 어째서 제자들이 율법을 어기는 것을 방관하느냐고 공격하였다.

너는 엿새 동안 일하고 일곱째 날에는 쉴지니 밭 갈 때에나 거둘 때에도 쉴지며 (출34:21)

 그러나 이는 바리새인들이 안식일에 관한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전형적인 율법주의적 해석이며 안식일에 금지된 행위가 아니었다.

네 이웃의 곡식밭에 들어갈 때에는 네가 손으로 그 이삭을 따도 되느니라. 그러나 네 이웃의 곡식밭에 낫을 대지는 말지니라. (신23:25)

 이에 예수님께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장 존경해 마지않는 다윗의 일화를 들어 그것이 율법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임을 말씀하신다.

다윗이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과 배고플 때에 어떻게 했는지를 모르느냐? 다윗이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진설병을 먹지 않았더냐. 또한 안식일에도 제사장들은 성전 안에서 일을 하여도 죄가 되지 않는 것을 너희가 율법을 통해 알지 않느냐? (3~5절)

 다윗이 사울을 피해 본격적인 도피생활을 시작하는 장면을 다루고 있는 사무엘상 21장에서는 다윗이 아히멜렉 제사장에게 가서 먹을 것을 달라고 요청하자 아히멜렉은 성전의 거룩한 떡(진설병) 밖에 없다고 대답하였고, 다윗이 그것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여 그 떡을 가져다가 다윗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다.

 

 바리새인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거룩한 하나님의 성전에서 오직 제사장에게만 허락된 진설병을 가져오는 말도 안 되는 죄를 범한 것이지만 하나님은 이 일에 대해 다윗에게 어떠한 지적도 하지 않으셨으며 아히멜렉 제사장도 순순히 다윗에게 진설병을 주었다. 바리새인들이 이것을 잘못이라 지적하는 순간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 다윗이 하나님의 성전을 범하였다고 말하는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바리새인들은 이것을 죄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일체의 노동을 허락하지 않는 안식일이라 할지라도 제사장들은 떡을 구워 하나님의 성전에 진설을 하여야 한다.(레24:5~9) 안식일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말하는 바리새인들의 말대로라면 제사장들이 매 안식일마다 죄를 짓는 셈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성전 안에서 제사장들이 행하는 일체의 행위는 하나님을 위한 일이며 거룩한 행위이기 때문에 이것을 안식일을 범하였다 말할 수 없다.

 

 예수님은 이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놀랍고도 대담한 발언을 하신다.

똑똑히 들어라. 성전에서 안식일을 범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 것을 너희도 안다. 하지만 나는 성전보다 더 큰 사람이다. 내가 안식일의 주인이다. '내가 자비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노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의 뜻을 너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6~8절 의역)

 성전보다 큰 이, 안식일의 주인. 여기에 해당하는 존재는 오직 하나님 밖에 없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 앞에서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심을 밝히고 계신 것이다.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 (호6:6)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 (미6:8)

 예수님은 호세아서를 인용하여 율법을 문자적으로만 해석하는 바리새인들에게 율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라 반박하셨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래야지,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야지 하는 말들을 얼마나 쉽게 쏟아내며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자신은 거룩한 척하는가? 안 그런 척하면서 말씀을 가지고, 혹은 기독교라는 종교적 제도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너무도 쉽게 비난하고 비판한다. 그러한 비난과 비판들이 때론 옳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비판과 비난은 나에게로 향해야 하며 다른 사람을 향할 때에는 사랑의 권고로 나타나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유일한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번제나 율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실천하는 것이다.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할 뿐(롬3:20)이라는 사실은 율법을 지켜 거룩하고 완전해질 수 없음을 나타낸다. 오히려 율법을 통해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죄인임을 깨달아 알고 다른 사람을 함부로 정죄하거나 비난할 수 없을 깨닫는 것이다. 나의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인함임을 안다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안식일을 주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막2:27)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그래서 참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나의 많은 죄 가운데 죄를 얹는 것 같은 일이다. 나 역시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살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고, 아이들을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자하심, 자비하심을 배우고 겸손한 자세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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