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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QT)

자기 십자가를 지고 (마10:34~42)

by 멧풀다솜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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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을 파송하시면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 결코 화평의 길이 아님을 다시 한번 오늘 본문을 통해 강조하신다. 예수님을 따르는 삶, 복음을 전하는 삶이란 평화로운 것도 아니며 박해(검)가 따르는 삶이며 또한 가족과도 멀어지는 삶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멸시하며, 딸이 어머니를 대적하며,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적하리니 사람의 원수가 곧 자기의 집안사람이리로다 (미7:6)

 

 종말의 때에 윤리의 쇠퇴에 대한 비통한 묘사가 되어 있는 미가서의 예언은 예수님의 등장으로 인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35~36절) 복음으로 인해 화평과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과 시련, 박해가 찾아오다니... 아마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제자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부모나 자녀를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에게 합당하지 않다고까지 선언하고 계시니 말이다. (37절)

 

 십자가형은 가장 끔찍한 사형 방법 중 하나이다. 사형수는 자기가 매달릴 십자가를 지고서 사형이 집행될 장소까지 옮겨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십자가의 무게는 물론 채찍에 맞으며 살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감내하여야 한다. 처형장소에 도달하면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는데 십자가에 매달릴 때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매우 서서히 목숨이 다해가면서 그 과정에서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감내하여야 한다. 오래 걸리는 경우 여러 날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명하신다. 이 말은 죽음을 각오하고 예수님을 따르라는 말씀이 아니다. 십자가를 지는 사람은 이미 사형이 확정된 사람이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은 사형장에 죽기 위해 자기가 매달릴 십자가를 지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예수님을 위해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게 될 것이라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다시 해석하자면,  "너희가 나를 따르려거든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정도의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너희가 나를 따르려고 한다면, 죽기 위해 사형장으로 달려가야만 한다. 그걸 피한다면 오히려 죽게 될 것이지만 나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는 사람은 살게 될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어쩌면 "망했다"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예수님을 따르는 한 현생은 망한 거다. 반드시 상을 얻게 될 것이라 말씀하시지만 그건 현생에서의 상이 아니다. 죽은 다음에나 얻는 상이다. 메시아로서의 예수님이 로마 정권을 뒤집어엎고 다시금 솔로몬의 영광을 되찾는 하나님의 신정국가로의 회귀를 꿈꾸던 제자들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천국에서의 상이라... 그것도 좋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작은 보상 같은 건 없는 건가? 기어이 십자가를 지고 사형장으로 끌려가야 하는 것인가? 말씀을 대할 때마다 드는 생각. 나는 과연 십자가를 지고 있는가? 오히려 그럴듯한 멋진 옷을 입고 거룩해 보이는 모자를 쓰고선 예수님에게 십자가를 지라고 외치는 제사장의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십자가는 예수님이 지고, 영광은 내가 받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복음은 참으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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