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은생각

틀어막기

by 멧풀다솜 2016. 5. 10.
728x90

스타크래프트의 추억

 

꽤 오래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들어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스타크래프트는 말 그대로 엄청난 대박 게임이었고, PC방을 성공하도록 한 게임임에 분명했다.

나 역시도 대학시절 강의도 빼 먹고 스타에 빠져 PC방 죽돌이가 된 적도 있었다.

 

틀어막기?

 

그당시 스타 초보들이 선호하는 맵은 일명 무한맵이라고 하는 '헌터'맵의 개량형이었다.

자원이 무한대로 있는 맵이며 좁은 입구가 하나 있다.

그리고 초보들은 예외 없이 입구를 식량을 조달하는 '서플라이'라고 하는 건물로 틀어막고 그 뒤에 벙커를 세우고, 벙커 뒤에 시즈탱크를 세우는 '틀어막기' 전략을 많이 사용했다.

 

 

이런 틀어막기 전략은 '테란'이라 불리우는 인간형 종족에게는 꽤나 유용한 전략이다.

단, 상대도 초보일 경우에 한해서....

 

이렇게 입구를 틀어막으면 대부분의 적 지상유닛은 초보의 경우 입구를 넘어오지 못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틀어막기 전략을 고수하는 초보들은 이제 막 초보를 벗어난 유저만 만나도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틀어막기 전략의 치명적인 단점은 자원의 효율성에 있다.

입구를 막는 기본 건물인 '서플라이'는 파괴될 경우 아군 유닛 생산에 제한이 걸리게 된다.

 

또한 시즈탱크의 경우도 시즈모드까지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모된다.

 

어찌 어찌 입구를 틀어막은 뒤 아군 유닛 역시 적 진영으로 넘어가기가 수월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비행유닛을 생산해야 하는데 비행유닛은 역시 많은 자원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자원은 남아도는데 생산은 더디기만 하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가장 효과적인 유닛 발런스를 맞추는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런 전략은 말 그대로 초보만 하는 전략일 뿐이다.

 

 

교육의 틀어막기 전략?

 

뜬금없이 스타크래프트2 가 나온지도 꽤 된 마당에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의 교육방향 때문이다.

 

우스개 소리처럼 21세기 아이들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건물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의 학교 정책이란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이런 틀어막기 전략을 사용하는 듯 하다.

 

 

스마트 교육, 소프트웨어 교육

 

스마트 교육과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라고 난리다.

한때는 열린교육이더니 그다음엔 ICT교육이랍시고 PPT만 만들면 되는 것 처럼 설치다가 요즘은 스마트교육이란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교육을 하라는 것이다.

미래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다양한 IT 기기들을 이용한 창의적이고 새로운 수업방식으로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한국의 스티브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우습게도,

학교는 원칙적으로 wifi 환경을 구축할 수 없다.

저가형의 무선공유기조차 설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보안 때문이란다.

그바람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컨텐츠를 이용한 수업을 시도하려 해도 난감하기만 하다.

 

수업에 활용하기 좋은 유투브 동영상을 이용하려다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다.

비 업무 사이트라며 접속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

물론 주소창에 "http" 대신 보안접속이 가능한 "https"로 시작하는 주소로 입력하면 접속이 되지만 씁쓸했다.

 

웹하드를 이용해 동학년 및 동료 교사들과 협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웹하드 사이트는 교육청에서 접속을 차단했다.

 

간혹 아이들에게 과제물을 컴퓨터 파일로 제출하도록 하곤 하는데,

집에 프린터기가 없는 아이들이나 USB메모리 같은 이동식 저장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은 포털 사이트의 이메일 서비스 중 [내게쓰기] 기능을 이용해 파일을 저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최근 교육청에서 포털사이트의 이메일 접속을 차단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업무용 메일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공문이 내려왔다.

 

틀어막기다.

교사들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는 교사들도 제법 늘어가는 때에

아이들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마트폰이 늘어나는 요즘,

 

학교는 WiFi 환경 구축도 안되고,

웹하드도 사용할 수 없고,

포털사이트의 이메일도 쓸 수 없다.

 

그리고 스마트교육, 소프트웨어교육을 해야 한다.

이런 된장...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