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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생각

야비한 민주주의 vs 건강한 민주주의

by 멧풀다솜 2016.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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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며,

주인으로서의 권리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형태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너무 복잡하고, 바쁘며, 사람도 너무 많다.

그래서 오늘날의 대부분의 민주주의는 간접민주주의를 채택한다.

 

여러 사람을 대변하는 대표를 뽑고,

그 대표들이 의견을 교환하며 대중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회의와 토론

 

이런 민주주의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의와 토론이 필수이다.

의견을 모으고, 조율하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회의와,

때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합리적 전쟁인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좋은 기준은 회의와 토론을 살펴보면 된다.

 

 

어린이회

 

학교에서의 민주화는 생각보다 더디고 어렵다.

대부분의 초등학교에는 전교어린이회의가 있고, 학급 어린이회의가 있다.

간접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어린이회의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교육을 하기 위한 이 제도는 이미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주생활목표, 실천사항을 정하거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어떤 바람직한(?) 캠페인,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그저 형식적으로 몇마디 듣고 그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급임원을 맡은 아이들은 전교어린이회의가 없거나 취소되는 날이면 좋아라 한다.

간접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배워야 할 아이들이,

회의 자체를 기피하는 습관을 학습하게 되어버린다.

 

 

부장회의와 교직원회의

 

교사들 역시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결정사항을 부장회의에서 결정하고, 전체 교직원 회의는 무늬만 회의일 뿐,

업무 협조나 보고를 위한 자리가 되어버린다.

그렇다보니 교사들 역시 교직원회의가 있는 날은 그저 자리를 채우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다.

 

몇해 전 부장회의에서 내가 언성을 높인적이 있다.

제법 중요한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자리이기에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결정하자 하였는데,

비 효율적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렇게 하면 일이 추진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부장회의에서 결정하기로 되었다.

 

나도 안다.

전체 교직원회의로 하자 하면

이미 형식적이고 보고회 적 회의에 학습되어진 교사들은 싫어할 것이 뻔하다.

회의는 길어질 수 밖에 없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하다보면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회의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힘 - 공감, 소통

 

민주주의는 왜 힘을 가지게 되는가?

그것은 공감과 소통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효율적인 의사결정구조는 아니다.

탁월한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나머지 구성원들이 따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독재가 된다.

 

민주주의는 다소 더디고, 어렵고, 힘들고, 돌아갈지라도,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나누고, 때론 토론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회의(토의, 토론)의 부재

 

위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회와 교직원 회의를 예로 들었지만,

일반적인 조직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크게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회의'라고 한다면 어떤 사안을 위해 토의하고 토론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보고회의 형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역할을 맡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딱히 할말도, 들을말도 없다 여겨지고,

그래서 회의는 지겹고 귀찮고 하기 싫은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

 

 

사악한 민주주의

 

사악한 민주주의는 이 틈을 파고든다.

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되 간접민주주의의 형식을 갖추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1. 총괄리더는 형식적 전체회의를 연다.
  2. 구성원은 형식적으로 회의에 참여는 하지만 듣지도, 딱히 말하려 하지도 않는다.
  3. 어떤 일이 결정되어지기 어렵다.
  4. 총괄리더는 소수의 리더들이 의견을 취합하여 모여서 결정하자 제안한다.
  5. 다수는 그러는 편이 지루한 회의를 빨리 끝낼 수 있겠다 여겨지니 당연히 찬성한다.
  6. 리더들 역시 또다시 회의를 해야 하니 싫기는 하지만 전체가 모이는 지루한 회의도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뿐더러 다수가 찬성하니 그러자 한다.
  7. 리더들은 멤버들의 의견을 취합하지 않거나, 간단히 단답형으로 취합한다.
  8. 리더 모임에서 총괄리더는 자신의 뜻을 밝히고 그 부분에 대해 이해를 구하는 듯 설명하며 멤버들에게 잘좀 말해달라 당부한다.
  9. 결국 총괄리더의 뜻대로 공동체는 굴러간다.

이것이 사악한 민주주의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주의로 포장된 독재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싶은가?

우리 공동체는 아니라고 생각되어지는가?

그렇다면 회의때의 분위기를 살펴보라.

활발하게 의견이 오고 가고, 때론 토론이 벌어지며, 때론 예정된 시간을 넘겨도 많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건강한 공동체이다.

 

민주주의로 포장된 독재, 사악한 민주주의를 경계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회의를 벗어나 활발한 의견의 교류가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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